지금은 8월, 아마 은밀하게 위대하게(이하 은위) 라는 영화가 개봉한 건 6월 초 쯤이었을거다. 한국을 떠나자마자 개봉해서 못봤던 기억이난다.
개인적으로 웹툰에도 크게 흥미는 없지만 좋아하는 동생이 꼭 보라고 추천해서 시간이나 때울 겸 봤던 원작 웹툰 '은위'는 기대 이상이었다.
자칫 식상할 수 있는 소재에 남파간첩 주요3인을 제외한 동네 캐릭터들의 매력도도 높은편은 아니었으나 의도대로 평범함을 느끼기에는 딱이었으며
어디에서나 볼 수 있듯이 그런 불완전하고 평범한 캐릭터들이 한데모여 동구가 그리워하게되는 평범한 삶으로 귀결되니, 결국 좋은 하모니였다.
사실 웹툰 은위는 엄밀히 말하자면 부분 '유료'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그때 당시에 절반이상의 앞부분은 무료였고
아마(내기억으로) 동구가 원류환으로 변해 동네를 떠나는 그쯤부터 완결까지 500원이었다. 회당 500원이 아니라 그부분 전체가. 5000원도 아니고.
충격적이었던건 거기 댓글에 만화가 유료라고 욕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인데 커피값, 밥값의 10배이고 마음만먹으면 1분안에 휴대폰결제도 가능한 세상인데
우리나라에서 예술의 값어치가 어느정도인지(심한 논리적 비약일지라도) 새삼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내 주변에도 그렇고 대부분은 거의 고민없이 결제하고 완결을 봤다고 하니 웹툰의 몰입도는 가히 수준급이었고 이 웹툰이 영화화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세간의 관심을 끌어 개봉 한참 전부터 관심이 많았다. 특히 캐스팅부분에 있어서 동구가 김수현으로 결정되었다는 사실은 다들 알고있었고,
마케팅의 일환으로 중간중간 메이킹필름을 공개하면서 지속적으로 오랜기간 잠재적인 관객들을 확보해왔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마 꽤나 많은 관객들을 불러모았던것으로 기억한다.
누군가 영화를 볼 때는 갖가지것들을 고려하겠지만, 사실 나에게는 단 두가지 뿐이다. '재미있느냐/없느냐'
여기서 재미는 단순 코미디뿐만아니라 몰입도나 스토리가 흥미로운지를 포함한다. 일본영화들처럼 아주 평범한이야기를 그려내도 사실 재밌을 수가 있기때문에
영화에는 참 관대한편이지만 가끔은 진짜 별로인 영화도 있긴하다. 물론 주로 유명한 영화만 골라서 본다.
각설하고,
은밀하게 위대하게 개봉전에 말그대로 남한과 북한의 심리전은 극에달했었다.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타이밍도 좋았지않았나 싶은데
북한이나 약간의 정치색을 띈 대부분의 영화들처럼 복잡하고 본격적으로 그것들을 설명하지는 않았다.
초점은 오직 동구. 그리고 점차 북에서내려온 그들의 이야기와 동네사람들로 점점 넓혀져간다.
우리는 이미 알고있다. 그들이 사람이라면, 특히 어린시절부터 그런 엄청난 경쟁구도에서 목숨마저 위태로워하며 자라오다가 남한으로 넘어온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런 환경에대한 동경이 있을테고 결국은 좋아하게 될 것이라는 걸. 그들이 변절하는 것은 그 어떤 결론도, 스포일러도 아니다. 당연한 결과니까.
그저 내가 주목하고 싶었던 점은 그들의 마지막 대화에 있었다.
그냥 평범한 나라에 평범한 집에서 태어나고싶다는 동구의 말과, 꿈이 참 크시네요 라고 되받아치는 해진의 말
그 두마디가 참 아렸다
나야말로 평범하게 태어나 하는 고민이라곤 매일 거기서 거기인데, 그 어떤 고민도 내 목숨이 위태로울만큼 심각하지는 않다
누군가의 고민을 폄하하고자 하는 건 아니지만 그 고민들에서 그냥 한걸음 물러서서 그 웹툰을 그리고 영화를 만들고 연기하고 볼 수있는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지를
그냥 아주 잠깐이라도 생각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한가지 아쉬운게 있었다면 노란머리의 매력이 좀 잘 드러나지 못했다는 점? 조원의 가족들을 살려주었는데도 한두마디의 대사로 마무리됐다는 점.
그리고 국정원 어쩌고 안경쓴아저씨도 북에서 내려왔던 캐릭터로 기억하는데 일언반구도 없었다는 거? 근데 내가 못봤을수도.
권선징악이나 착하게살아야한다 라는 억지교훈따위는 없었다. 영화에나오는 정치인들의 대사를 따라가려고 눈을 부라리지 않아도 됐고
그들의 삶에 공감되지않아 고개를 갸우뚱거리지 않아도 됐다.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해하는척 하지 않아도 됐다.
이런영화야말로 상업영화지만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나는 연출이나 컷이라던가 미쟝센 어쩌고저쩌고 그런건 모르니까.
머리싸매지않고 걱정없이 볼 수 있지만 마음에 한 웅큼의 무언가를 가져다 주는 영화.
나는 만화건 책이건 그 어떤 표현의방식이든간에 그걸로인해 얻는 감정과 생각들은 다 청자,화자,리스너,관객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좋았다. 원작이있으면 기대이상의 다음버전이 나오기 힘들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그래도 뭐 기대를 별로 안해서그런지 기대한만큼은 볼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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