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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ence/Lines, my

[Lines/book] 상실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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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 읽는 사람이면 나와 친구가 될 수 있지"

하고 그는 자기 자신에게 이야기하듯이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10월의 일이었다.

 

열여덟 살 다음이 열아홉 살이고, 열아홉 살 다음이 열여덟 살 ㅡ그렇다면 좋겠다.

 

이봐, 기즈키, 여긴 정말 형편없는 세계야, 하고 나는 생각했다. 이런 작자들이 버젓하게 대학에서 학점을 따고, 사회에 나가 부지런히 비열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흥분하고, 울고. 그래도 차라리 그런 상태는 좋은 거야. 감정을 드러내 보이니까. 무서운 건 노출이 안될 때거든. 그렇게 되면 감정이 몸 속에 쌓이고 점점 굳어간는거야. 온갖 감정이 뭉쳐 몸속에서 죽어가지. 그지경이 되면 큰일이야.

 

무엇이든 정직하게 말해. 그게 가장 좋아. 혹 그 말이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게 되더라도, 혹은 아까처럼 남의 감정을 흥분시키는 결과가 되더라도, 긴 안목으로 보면 그게 최상의 방법이야.

 

내가 생각하는 어딘가 비뚤어진 사람들은 다들 힘차게 바깥세상을 활보하고 있어.

 

"결코 네 인생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다구. 좀전에도 말했지만 가끔은 나를 만나러 와주고, 그리고 언제까지나 나를 기억해 주는 것. 내가 바라는건 그것 뿐이야."

"내가 바라는 건 그것뿐이 아니야"


나는 그만큼 강한 인간이 아녜요. 어느 누구에게 이해받지 못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죠. 서로 이해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상대도 있어요. 다만 그밖의 사람들에겐 어느 정도 이해받지 못하더라도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생각하고 있을 뿐인 걸요. 체념하고 있는 겁니다.

 

나는 거의 고개를 처박다시피 숙이고 그날그날을 보내고 있을 뿐이었다. 내 눈에 비쳐지는 것은 무한히 계속되는 진창뿐이었다. 오른발을 앞에 내딛고, 그리고 또 왼발을 들어 올렸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확실치 않았다.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조차 없었다. 그저 어디론가 가지 않을 수가 없어서 한 걸음 한 걸음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어떤 기분이 들까를 생각해 보았다. 틀림없이 나는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그것도 꽤 깊은 상처일 것이다. 우리가 비록 연인은 아니었지만 어느부분에선 그 이상으로 친밀하게 서로를 받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아팠다. 남의 마음을, 그것도 소중한 상대의 마음을 무의식중에 상처입혔다는 것이 몹시 싫었다.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 기회를 놓치지말고 행복해지도록 하는 거야. 내가 경험해 봐서 하는 말이지만, 그런 기회란 인생에 두세 번 밖에 없고, 놓치면 일생을 후회하게 되거든.

 

편지는 그저 종이일 뿐인걸요. 하고 나는 말했다. 태워 버려도 마음에 남는 건 남고, 가지고 있어도 남지 않는 건 남지 않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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