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바다가자는 형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한참 구석에 쳐박혀있던 기타를 들고 집앞 공원에 나갔다
존메이어 미카 요즘 내가 새롭게 연습하는 노래들.
예전엔 기본코드 스트로크만하며 노래불러도 행복했는데 (물론 지금도)
요즘은 내가 칠 수 있으리라 상상도 못했던 노래들을 갑자기 치고있는 내 모습에 어리둥절해지곤 한다
쬐금 늘었나봐.
기타 치다보니 세시간이 훌쩍지났길래 놀라서 집에 들어와선 대충 점심을 챙겨먹고
생각해보니(?) 합주날이라 미처 안쓴 가사를 적는데 시간이 벌써 꽤 지났다.
가사 쓰자마자 합주하러..가서 정신없이 노래부르고 치킨도먹고.
내가 여기서 밴드를 할 거라는 것도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지만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구하기힘든 드럼 베이스가 금방나타나고 키보드언니까지, 그리고 겨우 찾은 기타리스트도 나쁘지않고
나는 중간중간 도와주는 어쿠스틱기타+보컬. 다들 너무 잘하고 합주도 어느정도씩은 잘 된다 그래서 벌써 카피곡도 한 7곡 쯤.
곧 기타리스트가 한국으로 돌아가는데 퍼스에는 기타치는사람이 영 없는 것 같아서 다시 구해질까 걱정도 되고
걱정도 되지만 지금 같이하는 사람들이 너무 좋다보니 그냥 다 사그라든다
그래서 시한부합주를 마치곤 근처 유토피아에서 차 하나씩 시켜놓고 새벽까지 수다떨다 집으로 돌아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점점 더 알게되는 게 신기하고, 그게 신기한 만큼
우리가 이만큼이나 모르는 사이였는데도 합주라는 매개 하나만으로 이만큼의 친밀함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애틋하기도 했다
(나만이럴듯)
친구들과 만들었던 밴드, 그리고 동아리생활이 전부라 사실 생판 모르는사람들이랑 밴드를 하는 건 처음이었고 그래서 걱정도 많이 했는데
모르는사람들이 합주를위해 같은시기 각자의 인생에 같은 곡을 흔쾌히 듣고, 자신의 파트를 연습하면서 합주준비에 시간을 투자하고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 만나서 그 노래들을 맞춰보면서 완성해나간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가끔은 당연하다고 느껴지기도 하고, 그리고 가끔은 경외롭다. 사람들의 아름다운 움직임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 안에 내가 포함되어있다는 사실이 참 다행스럽고.
다음주는 진짜 마지막 합주일텐데. 부디 마지막까지 즐겁길. 그리고 새로운 기타리스트도 얼른 구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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