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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ence/blah blah,

지나간 한 커다란 빛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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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3월 22일 토요일 그 빛을 처음봤다

지금도 나는 그 때의 그 감정을 말로 형용하기 힘들다 사랑이라던가 그런, 단어로 표현되는 감정이라기에 나는

너무나 급작스럽게 이상해졌고 또 그 변화는 오래 지속되었다 그 빛과 내가 연결될 때 까지


누군가를 그렇게 열렬히 동경해본 적은 지금까지도 그 때가 유일무이하다

인생과 내 머리의 지식들이 가장 빠르게 변하고 또 늘어간 시기였고

몇 마디 되지않는 이야기를 어떻게든 알아듣고 싶어서 나는 매일 공부했다

그 때가 아니었더라면 지금의 나는 완전히 바뀌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 시기 이전까지는 음악을 아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으니까. 놀랍게도 말이다.


얼떨떨했던 밤. 어리둥절한 인연으로 맥주한잔씩을 하며 나누었던 대화는 내 머리에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겨울바람을 들었던 장면은 생생하다

때로는, 아니 혹은 대부분의 순간에 음악은 말보다 더 진하고 강렬하게 각인된다


그 때. 2호선을 타. 라는 말 이후 나는 '4년 뒤 나는 2호선에 있다'라는 문장을 매일 쳐다보며 지냈고

조금 무섭게도 어떻게 되었든 4년 뒤 나는 정확히 2호선에 살고 있었다

지금은 호주에 있지만.

밴드를 하고싶다는 말에 '할 수 있을거야'라고 이야기 해 준 게 고마워 나는 그길로 친구들과 밴드를 만들기도 했다

생각 해보면 나의 인생에 꽤 많은 것들이 그 빛 때문이구나 싶을 때가 많다


그렇게 내게 무한한 영향을 끼치던 그의 영향이 내게 닿지않게 된 건 내가 어느정도 자란 이후부터였을 것이다

난 스스로 새로운 음악을 찾아 듣는 사람이 되었고 공부는 거의 멈추었다

잡학다식하다는 수식어를 붙여준 그에게 미안할 정도로 나는 멍청해지고있고 지금은 멍청하며

뒷걸음질치고 안주하고 심지어 요즘은 조금 불안해하기도 한다

아무 것도 하지않으면서.


이번 여행 때 독일에 가려고 했었다. 그 시절을 떠올리며 그가 걸었던 길을 걸으면 그때의 패기가 다시 솟아날까 하고

그러나 이미 계획을 짜면서 모든 게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문제는 나지 그의 빛을 좇는 일이 아니니까.

이후 또 아무생각 없이 한참을 지냈다

정신차려보니 나는 벨기에에 간다

아마도 그의 인생이 꽤나 많이 변했을 곳. 따라가지 않아도 따라가게 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고나서는 파리에 가니까. 그가 파리에 갈 계획이라는 소식을 여기저기서 들었다.

만나는 일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 지난 일에서 내가 힘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게 더 아름다운 일일 것일테니.


술먹고 들어온 다음날 아침에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은 꽤나 거대한 죄책감을 수반하지 않을 수 없다

내 입에서 나오는 말마저 내맘같지 않았던 간밤의 소란스러움이 지나고

나는 차분히 다시 그 빛을 찾아 두리번거린다

신중함과 차분함 그리고 올곧음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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